돈이 가진 못 된 속성
[머니투데이] 2006-01-18 12:19
[머니투데이]
영국의 신학자 토마스 풀러는 "늑대에게 이빨을 빼앗아도 그 천성은 결코 잃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어느 누구에게나 타고난 성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각자 몸 속에 흐르는 피의 색깔은 모두 제각각이다.



끼가 넘치거나 내성적이거나, 활동적이거나 정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실용적이나…. "난 장사꾼입니다." 이준욱(53) 대양이앤씨 ·대양창업투자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벤처기업가나 벤처투자가 같은 '그럴 듯 한' 말도 있을텐데 그는 굳이 '장사꾼'이라는 표현을 썼다. 학습보조기 '엠씨스퀘어'로 잘 알려진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인생 이야기를 하는 대신 자신의 사업관과 금전관에 대해 풀어놓았다.



# 장사꾼



"전 젊어서부터 30년 넘게 사업을 해왔습니다만, 지금껏 손해보며 사업해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돈은 영업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된다 싶은 기술을 사와서 제대로 사업화시키는 게 장사꾼으로서 저의 자질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지요."



하지만 이 대목에서 대양이앤씨가 지난 3년간 기록한 대규모 적자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잠깐. 그동안 적자기업은 인터뷰 섭외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화제가 됐던 인물로 뉴스가치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적자기업임에도 예외로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말씀하신 부분은 제 사업 인생에서 가장 큰 오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속이 정말 쓰립니다. 손해보고 사업한 거의 유일한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통신사와 제휴해서 전화겸용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엠씨스퀘어 기능과 전자참고서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제품을 내놨지요. 그런데 생각지 못한 사업외적인 변수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며 영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그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을 봤습니다."



이 대표가 보유한 대양이앤씨 지분의 평가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 그런 '코스닥 갑부'라는 유명세에 비해 그는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기록했던 적자에 대한 부담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속 사정을 털어놨다.



"사실 2000년에 미국 벤처기업에 투자를 해서 '가상현실 동영상 송수신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개발업체가 통보해서 이를 믿고 발표했는데, 양산을 위한 기술 조정과정에서 차질이 생겨버린 겁니다. 본의 아니게 허풍을 친 셈이 되버렸지요."



하지만 6년이 더 걸려서 결국 최근 개발에 성공했다고 했다. "손해 안 보려면 버는 만큼만 쓰면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지 못하면 회사의 생명이 오래토록 이어지지 못하지요. 그래서 사업성만 있다면 돈이 들더라도 기술개발을 멈춰선 안 됩니다. 전 제가 팔 자신이 있으면 투자합니다."



# 그릇



이 대표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점심시간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하느라 그는 식사를 거의 못하고 있었다. 인생 오십줄을 훌쩍 넘긴 손위 선배를 너무 인정없이 몰아쳤던 게 한편에선 미안하기도 했다.



그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잠깐 대화를 부드러운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대로 '장사꾼' 기질을 타고 난 것 같았다. 여담 조차도 사업운과 금전운을 주제로 삼았다. "인생엔 파동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거죠."



그러면서 그가 가진 금전관을 털어놨다. "사람에겐 각자 다른 크기의 돈을 담는 그릇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때론 어느날 갑자기 돈벼락이 맞거나 초년에 운이 좋아 큰 돈을 벌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그럴 경우엔 결국 탈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돈이란 건 참 못된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을 담는 그릇의 크기를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그 보다 많은 돈이 담기게 되면, 그냥 흘러넘치는 게 아니라 아예 그릇 자체를 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래서 처음부터 큰 돈을 버는 것보다는 천천히 성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경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다. "얼마전 관상을 볼 줄 아는 지인과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저더러 말년운이 좋을 거라고 하던데요. 그런 쪽을 그다지 믿는 쪽은 아니지만, 괜히 기분은 좋던걸요."



# 세계 재패



말랑한 쪽으로 분위기를 돌렸건만 주제는 어느덧 사업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내 이야긴 별로 할 게 없어요. 사업하는 사람들이야 다 비슷하죠. 전 창투사를 같이 하고 있어서 지금도 새로운 기술 아이템이 계속 들어옵니다. 그걸 살펴보며 팔 자신이 있을 지 연구하는 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꿈을 물었다. "현재 무선인터넷으로 실시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과 암진단 마커 등 바이오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를 포함해 제가 사업을 하는 동안에 세계를 제패하는 사업아이템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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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퓨전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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