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국 교수의 LOVETOOTH] 담배 끊으려면 스케일링부터
[중앙일보 2008-04-18 00:53]
[중앙일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얼굴부터 다르다. 혈색은 어둡고 머릿결과 피부는 꺼칠하며, 눈은 충혈돼 있다. 피부 주름이 많아 늙어 보이며 늘 헛기침을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산소 공급량이 줄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

입 안 사정은 훨씬 더 심각하다. 흡연은 입 안의 온도를 높여 입을 마르게 한다. 세균이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세균성 치태와 치석이 많이 생기고, 그 결과 만성적 잇몸 염증이 계속된다. 흡연자는 잇몸질환이 비흡연자에 비해 6배나 많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치아를 상실하는 빈도 역시 훨씬 높다. 담배의 타르는 혀에 두꺼운 설태를 만든다. 입 안 여기저기 니코틴 구내염을 유발해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 특히 담배의 독성 물질은 구강암의 원인이 된다. 입술· 혀·점막에 백반증이 생겨 구강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치과 치료는 만만치 않다. 담배의 유해 화학물질이 입 안 조직에 자극을 주고, 백혈구의 작용을 약화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임플란트 치료의 경우 실패율이 높아지고, 발치 후에도 잘 낫지 않는다. 만성적인 잇몸 염증은 담배를 끊는 것만으로도 별다른 치료 없이 현저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끊기는 쉽지 않다.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만을 탓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금연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병리학적 문제다. 쾌락의 감각을 전달하는 수용체에 니코틴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은 마약 중독처럼 니코틴의 화학적 연결고리 탓이다. 따라서 “담배를 끊으세요”처럼 무책임한 말은 없다. 흡연자는 “누구는 끊고 싶지 않아 피우는 줄 알아” 하며 불쾌하게 반응한다.

‘부프로피온’ 이란 성분의 약은 우리나라에서 금연보조제와 항우울제로 동시에 인가된 제품이다. 피부에 붙이는 니코틴 패치와 달리 담배 성분인 니코틴이 포함돼 있지 않으며,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높은 금연 성공률을 보인다. 또다시 담배를 피우는 재발 방지 효과도 탁월하다.

담배를 끊는 첫 번째 작업으로 우선 치과에서 스케일링과 더불어 적극적인 잇몸 치료를 권한다. 그리고 이 약을 처방받아 계획적으로 복용하면 큰 고통 없이 6주 후면 비흡연자가 된다. 물론 이후에도 흡연의 충동이 당분간 올 수는 있다. 그때는 조금만 발품을 팔면 된다. 담배 대신 칫솔을 들고 입 안을 말끔히 닦아보자. 금연 충동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금연은 무엇보다 가족사랑을 쉽게 실천하는 일이어서 더욱 큰 행복을 보장해 준다.
Posted by 퓨전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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