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페이지짜리 반도체 책을 달달 외운 문과 출신의 한 반도체 영업맨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4.10.8)

최 사장은 일에 관한 한 ‘독한 승부사’다. ‘악착 같은 승부욕’으로 이공계 출신 못잖은 기술 전문가로 변신했고, 사업실적에서도 늘 이겨왔다. 그는 "대충 일하는 것은 낭비이자 죄악"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삼성물산 시절 이쑤시개, 포크, 지우개 등 잡화(雜貨)를 수출했던 그는 회장비서실을 거쳐 85년부터는 유럽(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D램 반도체를 팔았다.

'전자에는 문외한(門外漢)'이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를 맡자마자 1000여페이지짜리의 ‘VLSI제조공정’이란 책을 달달 외웠다. 모르면 묻고, 이해가 안 되면 외우기를 반복, 2년도 안 돼 그는 외국 바이어들로부터 "반도체 전문가냐"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인열의 '최지성 삼성전자 DM사장, 나를 악바리라 불러라' 중에서 (조선일보, 2004.10.8)




삼성전자 최지성(53) 사장. 삼성전자의 5대 사업부문 중 디지털미디어(DM) 분야를 맡고 있는 그는, '삼성의 미래'인 PDP, LCD, 프로젝션 TV, 캠코더 등 차세대 디지털 전자제품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무역학을 전공한 그가 1977년 상사맨으로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27년만에 삼성전자의 CEO 자리에 오른 과정을 보면,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사람'의 전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인문계 출신으로 반도체 영업맨이 되자, 1000여페이지짜리의 ‘VLSI제조공정’이란 책을 달달 외웠다는 것만 봐도 그의 '지독한 승부근성'이 엿보입니다.

1985년 그가 반도체를 팔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부임했을 때, 유럽시장의 매출은 거의 제로였다고 합니다. 독일에 온 그를 맞은 것은 박스에 담긴 D램 반도체 2만개였습니다.

그런 난감한 상황에서, 최 사장은 바로 전화번호부를 뒤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컴퓨터'란 글자만 보이면 전화를 걸어 "반도체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그는 유럽 부임 첫해인 85년 100만달러, 86년 500만달러, 87년 2500만달러, 88년엔 1억2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1000페이지짜리 반도체 책을 달달 외운 문과 출신의 한 반도체 영업맨.
그는 20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CEO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젊은 시절의 그' 처럼 승부근성을 갖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Posted by 퓨전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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