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증권사 CEO들은 □□를 보고 움직인다



[중앙일보 홍병기]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은 틈 날 때마다 백화점에 들른다. 증시 흐름을 읽기 위해서다. 백화점 고객이 많으면 당분간 주가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소비가 늘면 기업 매출이 오르고, 주가도 강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생활 곳곳에 녹아 있는 이런 ‘휴먼 지표(Human Index)’를 통해 증시 흐름을 읽는 이가 늘고 있다.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예외가 아니다. 증권사 CEO들 중엔 휴먼 지표를 자기만의 ‘체감지수’로 삼아 장세를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처럼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한 치 앞이 안 보일 때는 이런 지표들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각종 통계와 과학·기술적 지표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숫자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증시의 징후들이 그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면 증시가 보인다’=CEO들은 “증권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휴먼 지표를 적극 활용하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가끔 세탁소 주변을 기웃거렸다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세탁물을 맡기러 오는 사람이 늘면 경기가 좋아진 것으로 판단하곤 했다.

 CEO들이 추천하는 곳은 증권사 객장이다. 고객 숫자보다는 객장 분위기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얼굴이 많이 보이는지”(노정남 대신증권 사장), “손님과 직원 간의 다툼이 자주 일어나는지”(김정태 하나대투증권 사장)를 잘 살피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낯선 투자자가 늘어나고 직원과의 언성을 높이는 고객이 증가하면 증시가 과열됐다는 징조”라고 말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직원들에게 ‘지금 투자해도 되느냐’는 지인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올 때는 과열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곰의 항복(Bear’s capitulation)’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상승 국면이 이어지는 ‘황소장세’속에서 마지막까지 버티던 비관론자(곰)까지 ‘항복’해 낙관론으로 돌아서면 그때가 바로 상승장이 끝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진수형 한화증권 사장은 “비관론자가 입장을 바꿔 증시가 오른다고 하는 순간이 바로 ‘상투’였던 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스에 팔고 소문에 사라’는 격언은 여전히 매력 있는 체감 지표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폭등(폭락) 소식이 언론에서 연일 톱뉴스로 다뤄지면 그때까 바로 과열(바닥)의 끝자락”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증권사의 외부 광고 물량에 주목한다. 투자 열기가 높아질수록 증권사 광고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체감 지표에만 기대선 곤란=체감 지표를 종합 분석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선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리는 증시 기사 중 ‘황소’(상승장세), ‘곰’(하락장세)이라는 단어가 몇 번 등장하는지를 보고 호황·불황을 따지는 내용 분석 기법까지 등장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시장에 먼저 진입하고 먼저 빠지는 속성이 있다는 점을 분석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한국 기업을 직접 찾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갑자기 급증하면 그때가 바로 상승 초기에 들어섰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체감 지표는 그러나 판단의 보조 수단으로 그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윤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가를 제대로 살피려면 체감 지표에만 너무 의지하지 말고 거래량·주가수익률(PER)과 같은 기술적 지표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퓨전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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