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 김수환(37)씨. 내년 초면 만기가 돌아온 적금과 연말 상여금을 합쳐 3500만원을 손에 쥔다. 돈을 굴리긴 굴려야 할 텐데, 눈 딱 감고 주식에 넣자니 원금마저 떼일까 ‘새가슴’이 된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게다가 최근 1400선이 깨진 주식시장은 술 취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린다. 그렇다고 때를 기다리며 정기예금에 묵혀 놓자니 이자가 기대에 못 미친다.

‘새가슴’ 샐러리맨들에게 주식보다는 덜 위험하고, 예금보다는 더 짭짤한 게 채권이다. 채권은 명동 사채시장에서나 하는 위험한 투자방법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신한은행 PB팀 박주한 과장은 “은행 특정금전신탁으로 기업어음을 사거나 제도권에서 채권을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채권은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한화증권 최석원 채권전략팀장은 “100만원으로도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은 수익이 안정적이지만 금리 상승기보다는 금리 하락기에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직접 채권에 투자하려면

일반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채권을 사고팔고 있다. 자동차를 살 때도 아파트를 살 때도 채권을 함께 매매하는 것이다. 서울시민이라면 2000㏄ 미만의 자동차를 살 때 240만원어치의 서울도시철도채권을, 서울 강북에 4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국민주택 채권 1040만원어치를 사야 하는 식이다. 대개 자동차 딜러나 법무사에게 이 채권을 할인해서 판다.

하지만 채권 판매를 대행시키지 않고 우리은행에서 팔면 자동차 관련 채권의 경우 10여만원을, 아파트 관련 채권은 수십만원을 아낄 수 있다. 채권을 직접 사고팔고 싶다면 증권사에 계좌를 트면 된다. 요령은 주식 투자와 같다. 본인의 성향, 자금이 단기인지 장기인지를 고려해 상품을 고르면 된다.

회사채 투자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신용등급이다. 개인투자자는 일반적으로 투기등급 채권으로 불리는 ‘BB+ 등급’ 이하 채권은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 상장된 주식처럼 원하는 회사채를 항상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이 필요한 회사가 채권을 발행해야 회사채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 회사채 상품 금리는 1년짜리가 연 5%대 초반으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짭짤하다.



◆은행 가서 특정금전신탁

가입 더 손쉽게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이용하는 것이다. 특정금전신탁은 은행이 미리 국·공채나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 채권을 사 뒀다가 고객 성향에 맞춰 되파는 상품이다. 따라서 고객이 본인 자금을 주식, 회사채, 기업어음(CP) 중 어디에 투자할지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개월 만기 수익률이 연 4%대 초반으로 3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3%대 후반)보다 0.1~0.2%포인트 정도 높다.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원금을 날릴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채권형의 경우 대개 일정 신용등급 이상의 회사채를 선택하기 때문에 사실상 ‘확정금리 상품’으로 여겨진다.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월 평균 뭉칫돈 2조5000억원이 은행 특정금전신탁으로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나이스프리미엄신탁’은 A등급 이상의 우량등급을 받은 기업어음이나 채권에 투자한다. 외환은행의 맞춤신탁, 하나은행의 알짜배기 특정금전신탁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3개월 정도의 단기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금보전이 필수인 노후자금 운용처로도 사용할 수 있다. 김은정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특정금전신탁에 목돈을 넣어 두고 3개월마다 받는 수익을 생활비로 쓰면, 원금도 보전하고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퓨전마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