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3년 연애 끝에 지난해 12월 결혼한 학원강사 부부 이희옥(27)-정영훈(30)씨. 이들이 결혼 전에 먼저 합친 것이 있었다. 바로 예금통장이었다.
이들은 결혼 전부터 ‘재테크’를 함께 시작했다. ‘수입과 관리의 일원화’가 이들의 재산불리기 원칙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약속한 뒤 바로 각자의 통장을 하나로 합치고, 청약저축에 가입했다. 각자 이름으로 적금을 하나씩 붓고, 용돈으로 쓰고 남는 돈은 모두 월급통장에 넣었다. 이씨는 “양쪽 집안 다 결혼에 돈을 보태줄 형편이 아니어서 공동 관리를 시작하게 됐다”며 “둘의 수입을 한 통장으로 모으니까 관리가 편하고, 수입 내역을 서로 알게 되니까 아무래도 돈을 덜 쓰게 되더라”고 말했다.
함께 청약저축에 주식투자에…
이렇게 같이 돈 관리하기를 3년. 두 사람은 5500만원을 모아 19평짜리 임대주택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혼수도 장만했다. 안정된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두 사람을 보고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한 것은 물론이다.
이들처럼 결혼 전부터 수입을 함께 관리하는 ‘커플 재테크’족들이 늘고 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주아름(25)씨는 자신의 월급에서 100여만원, 그리고 남자 친구 오아무개씨의 수입에서 일부를 떼 결혼비용을 마련하려고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각자의 몫으로 주식을 사서 주씨가 사고파는데, 주씨 몫으로 산 주식보다 오씨 몫으로 산 주식이 많이 올라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가계부를 공동으로 쓰는 연인이나 예비부부들도 많다. 구아무개(26)씨도 석 달 전부터 한 재테크 포털 사이트에 매일 가계부를 쓴다. 구씨는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둬 소득이 없지만, 남자 친구 하아무개(35)씨의 월급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사귄 지 2년이 됐는데 돈이 안 모이더군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과감하게 관리에 들어갔죠.” 현재 수입의 60% 가량을 적금과 주택부금 등에 붓고, 나머지로 두 사람이 용돈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돈 덜 쓰죠”
5월 결혼하는 김성철(27·경주현대호텔 요리사)-김은여(25)씨도 반년 전부터 각자 월급에서 10만~20만원씩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여자 친구 제안으로 돼지저금통에 500원짜리 동전을 함께 모으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악착같이 재산을 모으는 것은 아니지만 공통의 화제도 되고 나름대로 즐거움을 줘서 좋다”고 말했다. 같이 적립하고 있는 펀드를 타면 신혼여행비로 쓸 계획이다.
‘연인용 보험’ 5만명 인기
예비부부나 연인들을 겨냥한 보험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인의 이름으로 보험료 2천원을 내면 1년 동안 안전사고와 교통사고를 보장해 주는 보험인데, 최근 10개월 동안 가입한 연인들이 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 보험사가 연인들에게 파는 ‘사랑보험’에는 500여쌍이 가입했다. 한 달에 2만~3만원씩을 부어 계약기간 중에 연인의 생일축하금이나 여행자금을 마련하는 부담을 덜면서 알뜰하게 기념일을 즐기려는 이들이 주고객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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