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 스머프'를 다루는 방법
[비굴클럽]부정적인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자!
김정선비굴클럽 회장 :: 10/25 11:45 :: 조회15820

분노, 화, 미움, 두려움, 실망, 좌절, 원망, 비관, 포기, 죄책감 등등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안에서 요동치는 부정적인 감정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어려서부터 '포커페이스'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 중 몇몇은 스승으로 삼아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쫓아다닌 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늘 실행이 문제. 머리로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해도 이를 자기화시켜 실천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부정적인 감정만 잘 다스렸다면 회사생활 뿐만 아니라 나의 인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평탄하고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안 좋은 심리상태가 뿜어내는 독은 전염성이 강해 자신은 물론 주위까지 우울하고 불쾌하게 만들 때가 많다.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일은 스스로의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지금도 물론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지만 우연한 기회에 나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후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고맙게도 깨달음의 기회를 제공한 인물은 사내에서 일명 '투덜이 스머프'로 알려진, 이른바 '부정적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대가였다. 사람들은 그와 회의를 하다 보면 정상적인 일들도 불가능한 방향으로 결론이 흘러간다고 했다.

10분이면 충분할 업무 협의도 그를 설득하고 윽박지르다 보면 한 나절을 넘기기 일쑤라고 수근거렸다. 실제로 겪어 보기 전부터 좋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수없이 들어왔던 터라 그와 함께 일을 할 기회가 생기자 적잖이 긴장됐다.

마침 그에게 협업을 요청할 일거리가 생겼다. 비교적 간단한 업무였지만 하도 악명 높은 인물인지라 십 여줄 남짓의 메일 한 통 쓰는데 30분 이상은 족히 걸렸다. 최대한 선입견은 배제하고 공식적으로 요청할 사항에 대해 설명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는 혼자서 과연 이 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축적된 정보와 익히 알려진 그의 전력으로 봐서는 분명히 한 번에 긍정적인 대답을 해올 것 같지 않았다.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그에게 답장이 왔다. 과연 듣던 대로 그는 크게 어려울 것 없는 업무에 대해 온갖 불가능한 사유만을 줄줄히 나열하고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온 몸에 열이 퍼져 당장 달려 갔겠지만 신기하게도 그 순간 분노 대신 회심의 미소가 흘러 나왔다. 그의 반응은 내가 미리 세워둔 여러 편의 시나리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와 함께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마련해 놓았으니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가며 준비한 카드를 하나씩 내놓으면 되지 않겠는가. 화가 나기는커녕 일이 자못 흥미진진해지려는 순간이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조금씩 부정적이고 우울한 상황을 즐길 줄 알게 됐다. 어이없고 화나고 짜증나는 순간에도 마음 속에 냉각기 버튼을 누르며 감정을 조절하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자신을 부정적인 감정상태로 빠지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다면 사실 새삼스럽게 당황할 일이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은 자신의 감정곡선이 어떤 추이로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기분을 상하게 하는 표현들, 화를 돋구는 상황, 좌절과 실망감을 느끼게 되는 사례 등을 DB화하고 분석하면 자신의 감정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 대목에서 분노했던 것일까?"
"나를 좌절하게 하는 상황이나 말들은 어떤 것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자신을 화나고 열받게 하는 상황에 대해서 차분히 정리해 보자. 이어서 자신의 감정변화나 반응에 따른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자신을 화나게 했던 지점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많은 순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기분에 신경쓰면서도 스스로의 감정변화나 심리상태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하는 누를 범한다. 내가 왜 화가 나고, 무엇 때문에 열 받았는지 본질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눈앞에 벌어진 현상에 대해서만 일희일비하며 에너지를 낭비한다.

조직, 회사라는 정글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의도를 갖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때로는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화를 돋구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덕담은 알고 보면 별로 없다. 매 순간 일일이 반응하면서 감정을 혹사시키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하기', '예상답안대로 안 움직여 주기', '받은만큼 똑같이 돌려주기' 등등 화에 대처하는 전술들은 무궁무진하다. 화가 몸에 쌓여 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저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화에 대처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자신을 객관화시켜 찬찬히 들여다 보면 아무리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다스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퓨전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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