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의 삶이 갈수록 고달파지고 있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경기 화성시 인근의 모 중소기업체에 취직한 지 10년째인 A과장(37).

경기침체를 이유로 월 250만원 남짓한 월급은 벌써 3년째 제자리걸음인데 지출은 야금야금 늘어만 간다. 다음달부터 공공요금도 하나둘씩 오른다니 한숨부터 나온다.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로 내집 마련은커녕 전세금마저 올라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데도 세금을 걷는데만 급급한 정부는 소주값,담뱃값도 올리겠단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등 채소값까지 뛰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내년이면 두 딸이 각각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들어간다. 늘어날 사교육비 등을 생각하면 요즘 A과장은 눈앞이 캄캄하다. 아끼고 또 아껴도 갈수록 어렵기만한 살림살이. 대한민국 서민들은 우울하다.

정부는 최근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속화됨에 따라 내년도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실제로 수출호조와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산업생산이나 서비스업 동향 등은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지표와 체감경기가 따로 노는 양극화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고단함은 되려 심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현재의 경제상황과 향후 전망을 수치로 나타낸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4분기 이후 연속 하락하다 올 1·4분기 반짝 상승한 것을 끝으로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이대로라면 4·4분기 역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마당에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고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교통부 등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국적항공사의 국제선 항공운임이 최고 10% 오른다. 택시요금도 연말쯤 단일요금제가 폐지돼 할증이 자율화되면서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민자 고속도로가 이미 상반기에 4∼5%를 올린 데 이어 한국도로공사도 건교부에 6% 인상을 요청했다. 철도요금도 지난 7월부터 철도사업자가 운임과 요금을 정부가 정한 상한선 안에서 결정토록 하는 요금상한제가 도입됨에 따라 머잖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가의 급등은 서민들의 허리를 더욱 휘게 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지역의 전세가는 2.72% 올랐다. 이 상승률의 절반에 해당하는 1.41%는 8·31 부동산종합대책 이후 단 8주 만에 상승한 것이다. 집 주인은 전세금을 올려 8·31 대책으로 늘어난 세금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당장 전세기간이 만료된 서민들은 급전을 마련하든지,덜 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다.

대출이자도 서민을 울리고 있다.

콜금리 인상 이후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예금금리도 올렸지만 대부분 은행 빚을 지고 있는 서민들은 해당사항이 없는데다,대출금리 상승폭이 예금금리 상승폭의 배가 넘으니 죽을 맛이다.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도 서민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을 19.6%,25.3%로 각각 예상하고 2009년에는 조세부담률이 20.2%,국민부담률이 26.3%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신용카드 공제와 같은 비과세·감면 혜택도 줄일 예정이다. 서민들이 애용하는 담뱃값과 LNG 세율 등도 인상 대기 중이다. 식탁의 기본 메뉴인 김치 파동으로 인해 배추와 무 등 채소 값까지 급등하고 있어 김장철을 앞둔 서민들의 주름은 더욱 깊게 패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호상 수석연구원은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는 있지만 실제 체감경기와 큰 차이를 보이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세수부족을 메우려는 정부의 정책,내년도 경기를 좌우할 유가의 고공행진 등을 감안하면 서민들은 내년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퓨전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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