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소버린 |
![]() [조선일보] 미국 월가(街)에서 돈을 벌려면 ‘골드만 삭스’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증권사 출신들이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돈되는 정보를 자기네끼리 공유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민디시라는 37세 펀드매니저가 독립을 선언해 헤지펀드(hedge fund)를 만들자 하루 만에 30억달러가 모이기도 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헤지펀드는 6000개, 자금규모는 1조달러에 이른다. 이 중 10%를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운용한다. ▶단기투자성 자금인 헤지펀드는 세계 각국을 넘나들며 주식·채권·외환 등에 투자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IT 기술 발전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하나로 통합되고 24시간 금융거래가 가능해진 결과다. 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는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지구를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시대”라고 규정했다. 헤지펀드야말로 ‘이동성’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투자 유목민(investment nomad)’인 셈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부를 둔 ‘소버린 자산운용’이 LG 주식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소버린은 2년 전 SK 주식 15%를 매집해 경영권까지 위협했다가 매매차익만 8000억원을 올렸던 그 펀드다. LG 경영권에도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자 소버린측은 부인하고 있다.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를 “불투명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의 실체는 밝히지 않고 있다. ▶소버린은 뉴질랜드 태생의 챈들러 형제가 설립한 투자회사다. 두 형제는 뉴질랜드에서 유통업을 하다 80년대에 홍콩에 진출, 부동산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 돈으로 90년대 초 남미 경제위기 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통신주식을 싼 값에 매집해 10배 넘는 수익을 올렸고, 러시아 가스·석유·전력사업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40대 후반의 챈들러 형제가 지난 20년간 각국을 돌며 모은 재산은 수조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소버린이 거둔 성공은 월가에서도 전례가 없을 만큼 놀라운 사례다. 소버린이 한국 증시의 부실한 공시제도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점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 감정은 그리 좋지 않다. 앞으로 외국자본들이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챙겨가지 못하도록 우리 증시의 허점은 분명히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소버린을 비난하기 앞서 생각해볼 일이 하나 있다. 우리 자본시장에선 왜 소버린처럼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투자펀드가 나오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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