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형석기자]
윤기안(30·회사원)씨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것은 작년 6월 초. 당시 970선이었던 주가가 죽죽 상승했다. 주가가 1000을 넘어서자 적립식 펀드에 한 달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국 증시에서도 비로소 적립식 펀드 붐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윤씨는 “운좋게 투자 타이밍을 잘 잡았다”며 흐뭇해했다.
1.운용사 발표 수익률 ‘적립식’ 수익 아니다
2.자금몰린 작년 하반기 투자 시점으론 최악
3. 1년넘게 투자땐 목돈 그만큼 위험도 높아
올 들어 주가가 옆걸음을 쳤다지만, 윤씨가 가입한 펀드는 작년 6월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48%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 오랜만에 펀드 잔고를 체크해본 그는 당황했다. 그가 가입한 펀드상품의 수익률은 50% 안팎으로 기록돼 있었지만, 윤씨 개인 수익률은 3분의 1도 안 되는 15%에 불과했다. 윤씨뿐 아니라 적립식 펀드 가입자들 대부분에게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적립식 펀드가 본격 보급된 지 3년이 돼 가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함정’이 드러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착시현상=흔히 자산운용사들은 같은 펀드 상품을 운용하면서 매달 조금씩 붓는 ‘적립식’과 한 번에 목돈을 투자하고 그냥 놓아두는 ‘거치식’을 함께 굴린다. 그런데 발표하는 수익률은 거치식을 기준으로 한다. 적립식 상품의 경우 가입자 수가 워낙 많고, 가입 시가도 다르고, 가입자마다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자가 자신의 수익률을 알아보려면 통장에 찍힌 잔고(운용결과 수익률이 계산된 금액)를 확인해서 직접 계산해보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가가 상승할 때는 적립식보다 거치식 상승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은 자신의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크게 오르는 것처럼 인식하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조선일보는 우리나라에 본격 도입된 지 3년6개월이 지난 적립식 펀드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해보았다. 미래에셋의 ‘3억 만들기 좋은 기업 주식 K-1’과 랜드마크 자산운용의 ‘1억만들기 주식 1’ 등 2개 상품 수익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은 발표 수익률(거치식 펀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작년 8월~12월은 최악의 투자시점=적립식 펀드로 자금이 급속히 유입되던 8월부터 12월까지의 투자자들은 최악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1억만들기 주식 1’의 경우 이 기간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현재까지 수익률은 연율로 따지면 5%도 넘지 못했다. 은행권 특판 정기예금보다 못한 수익률이다. ‘3억 만들기’ 펀드 역시 수익률은 연율 7~9%로 낮았다. 주가가 급등한 후 옆걸음을 치고 있는 작년 이후 증시 상황이 적립식 투자에서는 대단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6월부터 한 달에 20만원을 부어온 적립식 투자자의 경우 주가 900선에서 투자한 금액은 총 320만원의 투자금 중 20만원뿐이다. 반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다. 180만원을 1300선 이상의 높은 가격에 투자한 것이다. 적립식 투자는 가입 후 주가가 하락하다가 다시 상승하는 것이 유리한데, 지금은 그 반대상황이다.

◆투자금 늘면서 ‘위험 자산’=함정은 또 있다. 예를 들어 작년 6월에 ‘3억만들기’ 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월 20만원을 적립할 경우 현재 총 적립액이 368만원 정도다.
투자액이 20만원일 때 펀드 수익률이 10% 상승하면 2만원의 이득을 보지만 368만원일 때 펀드 수익률이 10% 하락하면 36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꼽혔던 적립식 펀드가 이제는 큰 돈을 한번에 넣어두는 거치식 펀드처럼 ‘고수익 고위험’ 자산으로 변한 것이다.
◆가입 시기별 환매전략은?=이 때문에 펀드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에도 중간평가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투자기간이 3년에 가깝고 그동안 투자액이 크게 불어난 경우는 자금의 목적에 따라 일정액을 환매하고 다시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국민은행 투신상품부 이인영 과장은 “정기적금 금리가 5~6%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목표 수익률이 그것의 2~3배 정도됐다면 환매해도 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작년 8월 이후부터 올해 초반까지 가입해 불리한 상황을 맞은 투자자들에겐 “좀 더 기다리라”는 조언이 많다. 아직 자금이 크게 불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최형석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cogi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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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안(30·회사원)씨가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것은 작년 6월 초. 당시 970선이었던 주가가 죽죽 상승했다. 주가가 1000을 넘어서자 적립식 펀드에 한 달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국 증시에서도 비로소 적립식 펀드 붐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윤씨는 “운좋게 투자 타이밍을 잘 잡았다”며 흐뭇해했다.
1.운용사 발표 수익률 ‘적립식’ 수익 아니다
2.자금몰린 작년 하반기 투자 시점으론 최악
3. 1년넘게 투자땐 목돈 그만큼 위험도 높아
올 들어 주가가 옆걸음을 쳤다지만, 윤씨가 가입한 펀드는 작년 6월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48%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 오랜만에 펀드 잔고를 체크해본 그는 당황했다. 그가 가입한 펀드상품의 수익률은 50% 안팎으로 기록돼 있었지만, 윤씨 개인 수익률은 3분의 1도 안 되는 15%에 불과했다. 윤씨뿐 아니라 적립식 펀드 가입자들 대부분에게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적립식 펀드가 본격 보급된 지 3년이 돼 가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함정’이 드러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착시현상=흔히 자산운용사들은 같은 펀드 상품을 운용하면서 매달 조금씩 붓는 ‘적립식’과 한 번에 목돈을 투자하고 그냥 놓아두는 ‘거치식’을 함께 굴린다. 그런데 발표하는 수익률은 거치식을 기준으로 한다. 적립식 상품의 경우 가입자 수가 워낙 많고, 가입 시가도 다르고, 가입자마다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자가 자신의 수익률을 알아보려면 통장에 찍힌 잔고(운용결과 수익률이 계산된 금액)를 확인해서 직접 계산해보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가가 상승할 때는 적립식보다 거치식 상승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은 자신의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크게 오르는 것처럼 인식하는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조선일보는 우리나라에 본격 도입된 지 3년6개월이 지난 적립식 펀드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해보았다. 미래에셋의 ‘3억 만들기 좋은 기업 주식 K-1’과 랜드마크 자산운용의 ‘1억만들기 주식 1’ 등 2개 상품 수익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은 발표 수익률(거치식 펀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작년 8월~12월은 최악의 투자시점=적립식 펀드로 자금이 급속히 유입되던 8월부터 12월까지의 투자자들은 최악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1억만들기 주식 1’의 경우 이 기간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현재까지 수익률은 연율로 따지면 5%도 넘지 못했다. 은행권 특판 정기예금보다 못한 수익률이다. ‘3억 만들기’ 펀드 역시 수익률은 연율 7~9%로 낮았다. 주가가 급등한 후 옆걸음을 치고 있는 작년 이후 증시 상황이 적립식 투자에서는 대단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6월부터 한 달에 20만원을 부어온 적립식 투자자의 경우 주가 900선에서 투자한 금액은 총 320만원의 투자금 중 20만원뿐이다. 반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다. 180만원을 1300선 이상의 높은 가격에 투자한 것이다. 적립식 투자는 가입 후 주가가 하락하다가 다시 상승하는 것이 유리한데, 지금은 그 반대상황이다.

◆투자금 늘면서 ‘위험 자산’=함정은 또 있다. 예를 들어 작년 6월에 ‘3억만들기’ 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월 20만원을 적립할 경우 현재 총 적립액이 368만원 정도다.
투자액이 20만원일 때 펀드 수익률이 10% 상승하면 2만원의 이득을 보지만 368만원일 때 펀드 수익률이 10% 하락하면 36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꼽혔던 적립식 펀드가 이제는 큰 돈을 한번에 넣어두는 거치식 펀드처럼 ‘고수익 고위험’ 자산으로 변한 것이다.
◆가입 시기별 환매전략은?=이 때문에 펀드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에도 중간평가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투자기간이 3년에 가깝고 그동안 투자액이 크게 불어난 경우는 자금의 목적에 따라 일정액을 환매하고 다시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국민은행 투신상품부 이인영 과장은 “정기적금 금리가 5~6%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목표 수익률이 그것의 2~3배 정도됐다면 환매해도 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작년 8월 이후부터 올해 초반까지 가입해 불리한 상황을 맞은 투자자들에겐 “좀 더 기다리라”는 조언이 많다. 아직 자금이 크게 불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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