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탈출 프로젝트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이라는 월급쟁이들에게 바친다. 죽도록 일해서 남 주는 부채 없애기.
지갑에 현금이 일주일 동안 없었지만 전혀 불편함 없이 잘만 다녔다. 빈털털이 지갑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니, 이 카드 한 장이 참 용해 보인다. 한 달 전에 운전면허를 딴 생초보 친구가 새 차를 떡하니 뽑았다. 왜 중고를 사지 않았냐고 하니, 현금이 없으니 일단 할부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혹 목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할부로 지급할 수 있는 것에 쏟아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일침이 돌아왔다. 이렇게 다달이 우리는 빚을 지고 빚을 갚으며 살고 있다. 사실 이 정도는 매우 양호한 빚이다. 한 달 후에 갚을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빚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빚은 방심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수입을 역전해 불어나고 만다. 특히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돈인데, 탈탈 털어봐도 없는 경우가 생기고, 갑자기 더 큰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카드 빚을 막기 위해 현금 서비스를 받고 이걸 막기 위해 대출을 받고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이 카드 저 카드를 내밀며 카드 돌려 막기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카드 빚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는 것. 처음부터 거대한 빚을 떠안는 사람은 없다. 심효섭 재무설계사는 "빚은 단순히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이며 관계의 문제"라고 말한다.
제발 좀 착각하지 마! 빚은 네 머리 위에 있어
한꺼번에 현금으로 결제하기보다는 무이자 10개월 할부를 활용해 남은 현금을 CMA 통장에 넣고 이자를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렇게까지 빚이 쌓일 줄은 몰랐어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죠?"
- 신용카드 사용 자체가 빚을 내는 것. 무이자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말자. 단기 채무에서 장기 채무로 바뀌었을 뿐이다. 몸에 밴 빚지는 습관을 경계할 것. 언제든 쉽게 해치울 수 있는 통제 가능한 빚은 없다.
신용카드를 쓰더라도 사치하는 편이 아니니 괜찮다?
"돈을 펑펑 쓴 것도 아닌데 왜 난 신용불량자가 된 거죠?"
- 크게 사치를 부리지 않아도 현금을 쓰는 것보다는 소비 감각이 둔해지기 마련. 2~3년 카드를 돌려 막으며 사용했을 뿐인데 어느새 수백, 수천 만원으로 불어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장을 나누는 것처럼 펀드, 주식, 보험 등 다양한 금융업계의 상품을 이용해 재테크를 하겠다. 각기 장단점이 있으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재테크 수단은 많은데 생각보다 돈이 안 모이네요. 재테크하느라 빚졌어요."
- 서울시가 발표한 부채 원인 가운데 3위가 바로 재테크 목적. 황금알을 바라고 대출을 받아서 대출 빚만 고스란히 남는 것. 빚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더군다나 목적에 따른 자금 운용을 펀드, 주식, 보험 등 금융 상품의 다양화로 해결하지 말 것. 엄청난 액수를 굴리지 않는 한 당신의 운용 방식은 기대만큼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자꾸 빚이 늘어나고 있으니 일단 지인에게 손을 벌려야겠다?
"도대체 빚은 없어지지 않고, 얼굴 볼 면목이 없네요."
- 부채를 지인에게 부탁해 돌려 막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특히 지인을 이용해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최악. 이미 본인의 현금 흐름으로 이자와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새로운 목돈이 들어오면 몇 달간은 숨을 돌리겠지만 더 얹어지는 새로운 이자까지 이후 월 상환액은 감당하기 힘들다.
CASE 1_신용카드 사용의 덫에 걸리다
직장인 K(31세)
- 거의 모든 결제에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할부, 현금 서비스, 리볼빙 서비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등 카드사의 '혜택'을 애용했다.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주거비는 들지 않고, 자동차 비용이 많이 나간다.
수입 -
월 평균 급여 2백80만원/ 연봉은 상여금 포함 4천만원
부채 및 소비액
- 현재 리볼빙 서비스 잔액 8백20만원 - 이달 카드 결제 예정액 1백45만원 - 자동차 월 할부금 47만5천원 + 유지비 월 55만원
고정 비용 및 자산
종신보험 월 9만5천원 납입 - 적금 월 15만원 납입 → 3년 만기를 3개월 남겨놓고 있어 해지하지 못하고 버티는 중 → 현재 4백50만원
적금 월 25만원 납입 → 6회째 불입 중인 1년 만기 적금 → 현재 1백50만원
연금보험 월 50만원 납입 → 2009년부터 현재 50회 납입, 현재 해지 환급금은 2천3백80만원 정도. 10회 더 넣으면 납입 기간 종료.
COACHING
- 보통 단기 채무가 급격하게 증가한 경우엔 상환 계획을 좀 길게 잡는 것을 추천하지만, 평소 카드를 많이 쓰는 습관이 있다면 예외다. 채무 상환을 일단 이자만 내는 '거치형 후 만기 상환형'으로 하지 말 것.
더 이상 새로운 빚을 지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 '원리금 균등 상환형'을 선택해야 한다. 하물며 빚이 일상화되었다면 무엇보다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로 상환 계획을 수립할 것.
- 높은 이자율의 리볼빙이 1차 대상이며 가능하다면 자동차 할부의 이자율도 감안해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것. 4~5년 정도의 직장을 다녔다면, 비교적 저금리의 직장인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특히 월급 통장이 있는 은행을 이용하면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카드 돌려 막기는 이자나 수수료가 다시 원금에 포함되는 '월복리'로 불어나 1년만 흘러도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된다. 또한 현금 서비스 사용을 반복하면 신용 등급이 낮아져 현금 서비스 이자율이 최대치까지 올라가니 스스로 이자에 이자를 붙이는 셈.
- 연금보험의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한 대출을 이용하는 것도 차선이 될 수 있다. 이 경우도 이자율을 비교할 것. 일단 보험사 약관 대출의 경우 중도 상환에 따른 수수료가 없어 상여금 등의 목돈이 생겼을 때 일시 상환하기에 좋다.
- 부채 총액이 연간 수입의 절반 정도인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소득에 비해 저축액의 수준이 낮다는 것.
연봉 기준으로 본다면 30% 미만의 금액만이 매달 적립되고 있는데, 주거비용이 들지 않는 미혼의 경우 소득의 50% 이상을 적립하는 것을 권고한다. 매달 저축하는 통장에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냥 모으는 습관은 그냥 쓰는 습관과 다르지 않다.
CASE 2_집은 있으나 생활이 가난한 하우스 푸어
직장인 P(33세)
- 1억7천만원 아파트를 마련했다. 부모님의 도움에 모아둔 돈을 보태고 7천만원 대출을 받았다.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25년, 한 달에 47만원이 나가고 있다. 현재 아파트 가치는 1억6천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수입 -
월 평균 급여 2백50만원 / 연봉 3천5백만원
부채 및 소비액
- 주택 담보 대출금 7천만원 - 기본 생활비와 쇼핑, 유흥비 등 한 달 평균 소비 약 1백10만원
고정 비용 및 자산
- 아파트 1억6천만원 - 펀드 3백50만원 - 실비보험 5만원 납입
COACHING
- 수입의 40~50% 정도를 대출 상환금으로 배분, 5년 정도 계획을 수립해 집중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독한' 플랜이 필요하다.
- 이자가 높을 때 대출을 받았다면 지금 금리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것. 중도 상환 수수료 1백만원을 감안하더라도 3.9~4%대로 갈아타야 한다.
- 대출금을 갚을 때는 원리금 균등 상환과 원금 균등 상환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원리금 균등 상환은 매달 내는 원금과 이자의 총액이 동일하다.
매달 상환하는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동일하기 때문에 상환 초기에는 상환 금액 중 이자의 비중이 크며, 상환 기간이 지날수록 원금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원금 균등 상환은 매달 상환하는 원금이 균등한 것이며, 이에 따라 이자를 함께 납입하는 구조. 당연히 납입 초기에는 월 상환 금액이 클 수밖에 없으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월 상환 금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납입하는 이자 총액은 당연히 원금 균등 상환이 원리금 균등 상환보다 적다. 초기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월 소비 지출 흐름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원금 균등 상환 방식을 권한다.
CASE 3_벗어날 수 없는 학자금 대출의 굴레
신입사원 L(27세)
-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대학 재학 중 6학기, 총 1천8백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수입
수습사원으로 근무 중이라 6개월째 월 1백20만원을 받고 있다. 다음 달부터 2백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부채 및 소비액 -
1천8백만원의 학자금 대출. 현재 학자금 대출 이자만 약 7만원 - 월세 40만원. 그 밖에 월 80만원 정도 소비. - 매달 통장에 마이너스가 찍힌다.
고정 비용 및 자산 -
현재 없음
COACHING
사회 초년생의 학자금 대출 때문에 생긴 부채는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안고 가게 되는 장기 부채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자금 대출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혼 자금과 주택 구입 자금까지 이중으로 감당해야 한다.
대략 2천4백만원 정도의 연봉이라고 전제했을 때, 현재 생활비를 쓰고 나머지 수입으로 조금 경직되게 계획을 세운다면, 최소 2년 6개월 이상의 상환 기간이 필요하겠다.
- 무엇보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소비의 달콤함은 항상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30세가 되기 전에 학자금 대출을 갚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세부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계획은 매달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지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계획은 대략 30%에 해당하는 70만원 정도를 부채 상환을 위해 과감하게 미리 떼어놓을 것.
- 정말 빚 갚을 여력이 안 된다면 국민행복기금을 두드려보라. 국민행복기금(www.happyfund.or.kr)에서 학자금 대출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대상은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자 또는 신용회복 지원협약 가입 기관의 학자금 대출자 중 2013년 2월 28일 기준 6개월 이상 연체자.
상환 능력을 고려해 채무 감면, 상환 기간 연장 등 채무 조정을 한다. 그 밖에 국민행복기금은 나이와 소득, 연체 기간 같은 것을 감안해 보통 30~50%의 빚을 없애주고 나머지는 최장 10년에 걸쳐 갚도록 해준다.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특수 채무자는 탕감 비율이 60~70%까지 올라간다. 대상은 2월 말 현재 연체 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받은 자. 연 20%대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의 낮은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는 국민행복기금의 전환 대출사업도 있다.
기획_김수정 사진_슈어
슈어 2013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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