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돈을 벌고 있나, 쓰고 있나?
2008년 9월 23일(화) 9:50 [우먼센스]
1+1=2가 되어야 맞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도 두 배를 버니 두 배를 모아야 맞는 말일 듯싶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1+1이 0이 되는 경우도 많고 1+1이 3이나 4가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 맞벌이 부부, 돈을 벌고 있는 걸까, 쓰고 있는 걸까?
1 “아, 밥하기 귀찮아” 외식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맞벌이 부부의 한 달 평균 외식비는 32만9천원이며, 외벌이 부부의 외식비는 이보다 40%나 적은 19만9천원이다. 한 달 평균 13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꼴이다. 맞벌이 부부의 외식비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도 많다. 부부가 각자 밖에서 밥을 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이 일찍 끝나도 집에 밥이 없기 때문에 각자 식사를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은 물론, 일하는 아내가 밥하기 힘들다고 해서 매일 밥을 먹고 들어간다고 털어놓는 남편도 있다. 이런 경우 지출 항목은 개인 용돈으로 표시되지만 사용된 곳은 외식이다. 이렇게 부부가 용돈에서 식사비로 사용하는 금액은 적어도 5만원 이상. 가족이 함께 먹는 외식비와 합하면 외벌이 가족의 외식비와는 월 평균 25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적잖게 돈이 새는 구멍이다.
2 “이걸 언제 다 내 손으로 해” 생활비
맞벌이 주부들은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해도 재료 손질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돈을 더 주고라도 손질된 재료를 사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인스턴트로 손이 가기도 하고 아예 양념 된 고기나 반찬을 사서 먹는 경우도 외벌이 주부에 비해 많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전업주부가 된 주부들은 식료품 구입에서만 대략 1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식료품만이 아니다. 걸레와 행주를 깨끗하게 관리하기가 어렵다 보니 일회용 행주와 키친타월도 전업주부에 비해 많이 사용한다. 정장을 입는 직장에 다닐 경우 드라이클리닝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아낀다고 아껴도 맞벌이 주부에겐 살뜰한 전업주부에 비해 돈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3 “내가 못 키우니 더 좋은 곳에 보내고 싶어” 육아 & 교육비
육아비는 맞벌이 가계의 블랙홀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워킹맘들은 평균 자기 월급의 20% 정도를 육아, 보육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을 2백만원 받을 경우 40만원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파트타임 워킹맘까지 포함한 결과로 풀타임 워킹맘의 경우 어림없는 일이다. 어린이집에 맡기기 전까지 육아 도우미를 고용할 경우 최하 70만원, 평균 80만~120만원 선이다. 친정이나 시댁에서 봐준다고 해도 용돈으로 비슷한 금액을 드리게 된다. 월급의 절반가량이 보육비로 나가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워킹맘은 종이접기나 오감 체험 등을 가르치려고 해도 전업주부들에 비해 정보력이 딸려 비용이 저렴한 기회를 얻기가 힘들고, 주말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비용이 2만~3만원씩 더 비싸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교육 열기가 워낙 뜨거워 초등학교 입학 후엔 외벌이의 교육비 지출도 맞벌이와 비슷한 액수로 늘어난다는 것이 맞벌이에겐 유일한 위로다.
4 “배로 버니 배로 내라고?” 집안 경조사비
형제 많은 집 워킹맘들은 집안에 일이 있을 때마다 은근히 ‘너희는 맞벌이니까 조금 더 내야지’ 하는 눈치를 받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둘이 벌면서 어떻게 매정하게 혼자 버는 애랑 똑같이 내느냐”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시부모님도 있다고 한다. 둘이 벌어도 남는 게 없다고 설명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어떻게 관리했기에 둘이 버는데 남는 게 없느냐는 대답뿐. 일 한다고 애도 떼어놓고 살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버는 것도 없는 며느리, 딸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가계부를 다 보여줄 수도 없는 일. 결국 많은 맞벌이 부부이 가족 행사에 두 배는 아니더라도 1.5배에서 1.3배 정도 더 낸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한번 돈을 더 내기 시작하면 부모님 생신이나 혼사, 여행 등 경조사마다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 1년에 몇 번씩 가욋돈을 내면 돈 모일 새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5 “사회생활 하는데 이 정도는 써야지” 외모 & 자기계발비
얼마 전 한 신문에 결혼하지 않은 여자 직장인들의 평균 용돈이 60만~1백만원 정도라는 기사가 실렸다. 워킹맘들은 이렇게 돈을 쓰는 미혼들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모와 자기계발에 돈을 아낄 수만은 없다고 털어놓는다. 두세 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도 가야 하고 옷도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게 계절별로 한두 벌씩은 구입해야 한다는 것. 결혼 4~5년 차가 되면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연배가 높은 선배이기 때문에 종종 밥이나 술값을 내야 할 일도 생긴다. 게다가 남자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직업에 따라 개인적으로 배워야 할 것도 꽤 많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대부분. 결국 맞벌이의 돈주머니엔 돈 새는 구멍이 또 하나 생길 수밖에 없다.
6 “둘이 벌면 왜 세 배를 내?” 세금
소득공제 시즌이 되면 맞벌이 부부들은 ‘내가 봉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많게는 1백 만원씩 소득공제를 받는 동료들과 달리 오히려 돈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배우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아이도 남편이나 아내 한 명만 소득공제 명단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공제액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계산을 해보자. 만약 남편이 4대 보험공제 전에 받는 월급이 2백만원이라면 세금 총액은 전업주부와 아이가 하나일 때 1년에 17만7천원 정도다. 하지만 같은 경우라도 아내가 맞벌이를 하면 세금이 31만8천원 정도 된다. 게다가 아내도 직장에서 배우자 공제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맞벌이 가구에서 내는 세금은 외벌이 가구의 세 배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금 때문에 둘이 벌면 두 배가 남아야 한다는 단순 논리가 적용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하다.
7 “거기서 어떻게 회사를 다녀!” 주택 금융 비용
맞벌이 부부는 퇴근 후 빨리 집에 가서 아이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집값이 싼 외곽 지역으로 나갈 수 없다. 때로는 아이를 돌보는 시댁이나 친정 근처에 살기 위해 무리해서 집을 옮기기도 한다. 육아 문제가 없다면 집값이나 전세 비용이 싼 외곽 신도시로 이사할 수도 있지만, 외벌이에 비해 제약이 많은 맞벌이 부부는 돈을 빌려서라도 어쩔 수 없이 요건을 갖춘 곳에 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금융 비용 부담이 생긴다. 전세 비용으로 연이자 8%에 2천만원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한 달 이자는 13만원, 1년이면 1백60만원이 이자로 나가는 셈이다. 맞벌이 부부의 주택 금융 비용은 다른 형태의 육아비로 맞벌이 부부 가계의 부담이 된다.
8 “그만큼 일했는데 이만큼도 못해?” 심리적 만족 비용
맞벌이 부부에게 “왜 돈이 모이지 않는 것 같으냐”고 물으면 많은 부부가 나도 모르게 씀씀이가 커진다는 말을 한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물건을 사게 되고, 같은 것을 사더라도 좀 더 좋고 비싼 것을 사게 된다는 것. 휴가도 당연히 해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단다. 이렇게 씀씀이가 커지는 이면에는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내가 이만큼도 못해?’ 하는 보상심리가 깔려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 수준이 비슷한 가정과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맞벌이와 외벌이 가정은 연봉이 같아도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요건 때문에 실제 여유자금은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연봉이 같으니 생활도 비슷하게 누리고 싶은 욕구가 은연중에 있는 것이다.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비용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통계를 낼 수도 없지만, 슬금슬금 생활비가 늘어가는 이유는 확실히 여기에 있다.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동료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한 동료가 자기 동네가 곧 재개발되는데 조건이 꽤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찬찬히 들어보니 실제로 투자 가치가 충분해보였고, 같이 있던 동료들이 너 나 없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맞벌이를 하는 나뿐이었다. 그때 남편과 나는 결혼 1년 차로 여윳돈은 별로 없었지만 맞벌이를 하는 덕에 많은 액수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무리 없이 이자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 뒤 우리는 새로 분양받는 것보다 무려 1억원 가까이 적은 돈을 주고 30평형대 아파트의 주인이 되었다. 물론 아직 대출금을 다 갚으려면 한참 남았지만 우리가 낸 이자보다 집값이 많이 올라 후회는 없다. 외벌이던 남자 동료들은 그때 얘기를 하면 아직도 배 아파한다. 맞벌이를 하고 있으면 확실히 기회가 왔을 때 외벌이보다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정옥, 결혼 7년 차)
남편 월급만큼 내 월급도 오르니까!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지만 일도 많고 야근도 잦은 편이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도 야근이 많아 입주해서 아이 돌보는 아주머니를 고용해야 했는데 그때 아주머니 월급으로 내 월급의 3분의 2가 나갔다. 한 달 내내 야근하고 일해 봐야 밥값과 교통비 삐고 나면 남는 돈은 고작 30만~40만원 남짓. 남편은 그렇게 고생하면서 그 돈 벌 바에야 애 보면서 집에 있는 게 낫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장 진급이 코앞이라 나는 몇 달을 더 버텼고 예정대로 과장으로 진급했다. 진급과 함께 월급도 꽤 많이 올랐다. 오른 만큼의 돈은 물론 고스란히 적금 통장으로 들어갔고, 빠르게 쌓여 목돈이 됐다. 아이 낳고 한참 육아 때문에 힘들 때 계산해보면 별로 남는 게 없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월급이 올라 남는 게 훨씬 많아진다. (성지희, 결혼 8년 차)
한 사람의 안정성이 재도약의 발판이 된다
남편은 대학 다닐 때부터 과외 잘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시부모님이 학원 강사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셔서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생활이 빠듯한 월급쟁이보다 학원이 비전이 있다고 판단, 사표를 내고 작게 학원 사업을 시작했다. 문을 연 지 2년 남짓이라 아직 결과를 평가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벌써 월수입이 회사 다닐 때보다 세 배 정도 많다. 남편은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면 가족 생활비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을 열고 자리 잡는 6개월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당장 생활비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한다고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데 발판이 된다. (강정실, 결혼 5년차)
맞벌이를 해야 종잣돈이 모인다
첫아이를 낳았을 때 우리 수입은 남편과 내 월급을 합해 3백20만원 정도였다. 그때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둘이 벌면서 보육비를 낼 때와 내가 그만두고 남편 혼자 벌 때 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계산해보니 둘이 벌면 40만원, 혼자 벌면 20만원이 남았다. 내 월급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둘이 벌어도 남는 돈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때 생각엔 20만원씩 더 모으나 안 모으나 비슷할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많이 달랐다. 엄마가 하시던 계에 여윳돈 20만원씩을 투자해 2년씩 두 번 끝 번호를 받았더니 4년 사이에 1천만원이라는 목돈이 되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재작년 한창 수익률이 좋을 때 펀드에 투자해 40%의 수익을 올렸다. 운이 꽤 따라주었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몇 년 고생해 종자돈을 모으지 않았더라면 이런 재테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맞벌이를 해도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 얼마 안 되는 돈이 모여야 비로소 재테크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진성, 결혼 6년차)
1 “아, 밥하기 귀찮아” 외식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맞벌이 부부의 한 달 평균 외식비는 32만9천원이며, 외벌이 부부의 외식비는 이보다 40%나 적은 19만9천원이다. 한 달 평균 13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꼴이다. 맞벌이 부부의 외식비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도 많다. 부부가 각자 밖에서 밥을 먹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이 일찍 끝나도 집에 밥이 없기 때문에 각자 식사를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은 물론, 일하는 아내가 밥하기 힘들다고 해서 매일 밥을 먹고 들어간다고 털어놓는 남편도 있다. 이런 경우 지출 항목은 개인 용돈으로 표시되지만 사용된 곳은 외식이다. 이렇게 부부가 용돈에서 식사비로 사용하는 금액은 적어도 5만원 이상. 가족이 함께 먹는 외식비와 합하면 외벌이 가족의 외식비와는 월 평균 25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적잖게 돈이 새는 구멍이다.
2 “이걸 언제 다 내 손으로 해” 생활비
맞벌이 주부들은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해도 재료 손질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돈을 더 주고라도 손질된 재료를 사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인스턴트로 손이 가기도 하고 아예 양념 된 고기나 반찬을 사서 먹는 경우도 외벌이 주부에 비해 많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전업주부가 된 주부들은 식료품 구입에서만 대략 1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식료품만이 아니다. 걸레와 행주를 깨끗하게 관리하기가 어렵다 보니 일회용 행주와 키친타월도 전업주부에 비해 많이 사용한다. 정장을 입는 직장에 다닐 경우 드라이클리닝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아낀다고 아껴도 맞벌이 주부에겐 살뜰한 전업주부에 비해 돈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3 “내가 못 키우니 더 좋은 곳에 보내고 싶어” 육아 & 교육비
육아비는 맞벌이 가계의 블랙홀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워킹맘들은 평균 자기 월급의 20% 정도를 육아, 보육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을 2백만원 받을 경우 40만원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파트타임 워킹맘까지 포함한 결과로 풀타임 워킹맘의 경우 어림없는 일이다. 어린이집에 맡기기 전까지 육아 도우미를 고용할 경우 최하 70만원, 평균 80만~120만원 선이다. 친정이나 시댁에서 봐준다고 해도 용돈으로 비슷한 금액을 드리게 된다. 월급의 절반가량이 보육비로 나가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워킹맘은 종이접기나 오감 체험 등을 가르치려고 해도 전업주부들에 비해 정보력이 딸려 비용이 저렴한 기회를 얻기가 힘들고, 주말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비용이 2만~3만원씩 더 비싸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교육 열기가 워낙 뜨거워 초등학교 입학 후엔 외벌이의 교육비 지출도 맞벌이와 비슷한 액수로 늘어난다는 것이 맞벌이에겐 유일한 위로다.
4 “배로 버니 배로 내라고?” 집안 경조사비
형제 많은 집 워킹맘들은 집안에 일이 있을 때마다 은근히 ‘너희는 맞벌이니까 조금 더 내야지’ 하는 눈치를 받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둘이 벌면서 어떻게 매정하게 혼자 버는 애랑 똑같이 내느냐”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시부모님도 있다고 한다. 둘이 벌어도 남는 게 없다고 설명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어떻게 관리했기에 둘이 버는데 남는 게 없느냐는 대답뿐. 일 한다고 애도 떼어놓고 살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버는 것도 없는 며느리, 딸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가계부를 다 보여줄 수도 없는 일. 결국 많은 맞벌이 부부이 가족 행사에 두 배는 아니더라도 1.5배에서 1.3배 정도 더 낸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한번 돈을 더 내기 시작하면 부모님 생신이나 혼사, 여행 등 경조사마다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 1년에 몇 번씩 가욋돈을 내면 돈 모일 새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5 “사회생활 하는데 이 정도는 써야지” 외모 & 자기계발비
얼마 전 한 신문에 결혼하지 않은 여자 직장인들의 평균 용돈이 60만~1백만원 정도라는 기사가 실렸다. 워킹맘들은 이렇게 돈을 쓰는 미혼들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모와 자기계발에 돈을 아낄 수만은 없다고 털어놓는다. 두세 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도 가야 하고 옷도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게 계절별로 한두 벌씩은 구입해야 한다는 것. 결혼 4~5년 차가 되면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연배가 높은 선배이기 때문에 종종 밥이나 술값을 내야 할 일도 생긴다. 게다가 남자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직업에 따라 개인적으로 배워야 할 것도 꽤 많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대부분. 결국 맞벌이의 돈주머니엔 돈 새는 구멍이 또 하나 생길 수밖에 없다.
6 “둘이 벌면 왜 세 배를 내?” 세금
소득공제 시즌이 되면 맞벌이 부부들은 ‘내가 봉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많게는 1백 만원씩 소득공제를 받는 동료들과 달리 오히려 돈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배우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아이도 남편이나 아내 한 명만 소득공제 명단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공제액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계산을 해보자. 만약 남편이 4대 보험공제 전에 받는 월급이 2백만원이라면 세금 총액은 전업주부와 아이가 하나일 때 1년에 17만7천원 정도다. 하지만 같은 경우라도 아내가 맞벌이를 하면 세금이 31만8천원 정도 된다. 게다가 아내도 직장에서 배우자 공제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맞벌이 가구에서 내는 세금은 외벌이 가구의 세 배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금 때문에 둘이 벌면 두 배가 남아야 한다는 단순 논리가 적용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하다.
7 “거기서 어떻게 회사를 다녀!” 주택 금융 비용
맞벌이 부부는 퇴근 후 빨리 집에 가서 아이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집값이 싼 외곽 지역으로 나갈 수 없다. 때로는 아이를 돌보는 시댁이나 친정 근처에 살기 위해 무리해서 집을 옮기기도 한다. 육아 문제가 없다면 집값이나 전세 비용이 싼 외곽 신도시로 이사할 수도 있지만, 외벌이에 비해 제약이 많은 맞벌이 부부는 돈을 빌려서라도 어쩔 수 없이 요건을 갖춘 곳에 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금융 비용 부담이 생긴다. 전세 비용으로 연이자 8%에 2천만원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한 달 이자는 13만원, 1년이면 1백60만원이 이자로 나가는 셈이다. 맞벌이 부부의 주택 금융 비용은 다른 형태의 육아비로 맞벌이 부부 가계의 부담이 된다.
8 “그만큼 일했는데 이만큼도 못해?” 심리적 만족 비용
맞벌이 부부에게 “왜 돈이 모이지 않는 것 같으냐”고 물으면 많은 부부가 나도 모르게 씀씀이가 커진다는 말을 한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물건을 사게 되고, 같은 것을 사더라도 좀 더 좋고 비싼 것을 사게 된다는 것. 휴가도 당연히 해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단다. 이렇게 씀씀이가 커지는 이면에는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내가 이만큼도 못해?’ 하는 보상심리가 깔려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 수준이 비슷한 가정과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맞벌이와 외벌이 가정은 연봉이 같아도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요건 때문에 실제 여유자금은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연봉이 같으니 생활도 비슷하게 누리고 싶은 욕구가 은연중에 있는 것이다.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비용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통계를 낼 수도 없지만, 슬금슬금 생활비가 늘어가는 이유는 확실히 여기에 있다.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동료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한 동료가 자기 동네가 곧 재개발되는데 조건이 꽤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찬찬히 들어보니 실제로 투자 가치가 충분해보였고, 같이 있던 동료들이 너 나 없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맞벌이를 하는 나뿐이었다. 그때 남편과 나는 결혼 1년 차로 여윳돈은 별로 없었지만 맞벌이를 하는 덕에 많은 액수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무리 없이 이자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 뒤 우리는 새로 분양받는 것보다 무려 1억원 가까이 적은 돈을 주고 30평형대 아파트의 주인이 되었다. 물론 아직 대출금을 다 갚으려면 한참 남았지만 우리가 낸 이자보다 집값이 많이 올라 후회는 없다. 외벌이던 남자 동료들은 그때 얘기를 하면 아직도 배 아파한다. 맞벌이를 하고 있으면 확실히 기회가 왔을 때 외벌이보다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정옥, 결혼 7년 차)
남편 월급만큼 내 월급도 오르니까!
우리 회사는 대기업이지만 일도 많고 야근도 잦은 편이다.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도 야근이 많아 입주해서 아이 돌보는 아주머니를 고용해야 했는데 그때 아주머니 월급으로 내 월급의 3분의 2가 나갔다. 한 달 내내 야근하고 일해 봐야 밥값과 교통비 삐고 나면 남는 돈은 고작 30만~40만원 남짓. 남편은 그렇게 고생하면서 그 돈 벌 바에야 애 보면서 집에 있는 게 낫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장 진급이 코앞이라 나는 몇 달을 더 버텼고 예정대로 과장으로 진급했다. 진급과 함께 월급도 꽤 많이 올랐다. 오른 만큼의 돈은 물론 고스란히 적금 통장으로 들어갔고, 빠르게 쌓여 목돈이 됐다. 아이 낳고 한참 육아 때문에 힘들 때 계산해보면 별로 남는 게 없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월급이 올라 남는 게 훨씬 많아진다. (성지희, 결혼 8년 차)
한 사람의 안정성이 재도약의 발판이 된다
남편은 대학 다닐 때부터 과외 잘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시부모님이 학원 강사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셔서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생활이 빠듯한 월급쟁이보다 학원이 비전이 있다고 판단, 사표를 내고 작게 학원 사업을 시작했다. 문을 연 지 2년 남짓이라 아직 결과를 평가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벌써 월수입이 회사 다닐 때보다 세 배 정도 많다. 남편은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면 가족 생활비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을 열고 자리 잡는 6개월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당장 생활비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한다고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데 발판이 된다. (강정실, 결혼 5년차)
맞벌이를 해야 종잣돈이 모인다
첫아이를 낳았을 때 우리 수입은 남편과 내 월급을 합해 3백20만원 정도였다. 그때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둘이 벌면서 보육비를 낼 때와 내가 그만두고 남편 혼자 벌 때 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계산해보니 둘이 벌면 40만원, 혼자 벌면 20만원이 남았다. 내 월급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둘이 벌어도 남는 돈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때 생각엔 20만원씩 더 모으나 안 모으나 비슷할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많이 달랐다. 엄마가 하시던 계에 여윳돈 20만원씩을 투자해 2년씩 두 번 끝 번호를 받았더니 4년 사이에 1천만원이라는 목돈이 되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재작년 한창 수익률이 좋을 때 펀드에 투자해 40%의 수익을 올렸다. 운이 꽤 따라주었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몇 년 고생해 종자돈을 모으지 않았더라면 이런 재테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맞벌이를 해도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 얼마 안 되는 돈이 모여야 비로소 재테크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진성, 결혼 6년차)
진행_오용연 기자 사진_김상민 |
자료제공_리빙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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