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달인에게 배우는‘남다르게 생각하는 법
P&G CEO 앨런 라플리(A.G. Lafley)에게 배운다

많은 CEO들이 문제를 단순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왜 그럴까? 문제가 복잡해지면 의사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도 의사결정의 질은 올라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2007년 6월호에 ‘성공적인 리더가 생각하는 법(How Successful Leaders Think)’이라는 글을 쓴 로저 마틴(Roger Martin) 교수는 “뛰어난 의사 결정으로 유명한 많은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의사 결정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그는 많은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50여 명 CEO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 해답은 이들의 ‘통합적 사고(Integrative Thinking)’능력에 있었다.
여기서 로저 마틴이 말하는 통합적 사고란 간단히 말해서 좀 더 넓고 깊게, 그리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통합적 사고’는 생각의 범위를 좁혀 사고를 효율화 시키려고 하는 ‘문제의 단순화’와는 반대의 개념이다.
평범한 사고 VS. 통합적 사고, 이렇게 다르다
그렇다면 평범한 의사 결정자와 통합적 사고를 하는 의사 결정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생각하는 태도와 습관이 다르다고 한다(표1 참조).




1.문제 핵심요소 파악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그 문제의 핵심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평범한 CEO들은 이 단계에서 문제를 간단하게 하고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을 줄이고 또 줄인다. 반면 통합적 사고를 추구하는 의사 결정자들은 잠재적이고 훨씬 포괄적인 요소들까지 고려한다. 예를 들어, 물류 센터 위치를 정하는 경우 현재의 교통 여건뿐만 아니라 주변 고속도로의 증설이나 도로 수리 계획 등도 종합해서 고려하는 것이다.
2. 핵심 요소들 사이의 인과관계 분석
다음 단계에서는 문제 앞에서 고려된 문제의 핵심 요소들에 대한 인과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도 역시 보통의 의사 결정자와 통합적 사고를 추구하는 의사 결정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전자는 두 요소들간의 단순하고 명확한 관계들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는데, 예를 들어 ‘생산 시설 투자가 늘면 물건의 생산량이 늘어난다’ 라든가 ‘고용 인원이 늘어나면 고용 비용이 늘어난다’ 등의 사고를 한다. 반면 후자는 다른 복합적인 요소들이 포함된 사고를 한다. 예를 들어 ‘컨설팅 회사에서 신입 직원이 급격히 늘어나면,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생산성이 감소할 것이다’라는 식이다.
3. 문제 구조화
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그것을 토대로 문제를 구조화 해야 한다. 전체 문제를 여러 개의 부분으로 나누고 부분 간의 역학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다.
4. 최종 결론 도출
보통 사람들은 특정한 부분에 맞춰 최적화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쉽다. 그렇지만 한 부분에서의 최적화된 의사 결정이라고 해서 전체에 최적화된 의사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합적인 사고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각 부분에서의 의사 결정이 상호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영화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선호하는 영화관을 찾아 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가장 재미있는 최신 영화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로저 마틴 교수는 앨런 라플리 피앤지(P&G) 회장을 통합적 의사 결정을 가장 잘 하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꼽았다. 앨런 라플리 회장은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서 획기적인 전략들을 구사했을 뿐만 아니라, 비용을 줄이면서도 연구 개발 성과를 획기적으로 높인 전략들도 실행에 옮겼다.
지금부터 앨런 라플리 회장이 고농축 세제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통합적 사고를 적용했는지 살펴보자.
P&G 앨런 라플리(A.G. Lafley) “난 다르게 생각했다”
피앤지 연구팀은 80년대 중반 액체 형 세제 리퀴드 타이드(Liquid Tide)를 개발해 히트를 쳤다. 이어서 반만 써도 세탁 효과는 같은 획기적인 제품인 ‘2배 농축세제’를 개발했다. 만약 이 제품이 출시된다면 용기 부피가 줄어들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개발자들은 타겟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엄청난 반응을 기대했다. 임원진들도 타이드 브랜드의 새 제품이 곧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소비자 사전조사 반응은 시큰둥했다. 시큰둥한 것을 넘어 아예 무관심 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세제가 줄어봤자 얼마나 집 공간이 넓어지겠냐?’는 것이었다.
소비자의 사전 반응이 뚜렷하게 좋지 않은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제품을 출시했다가는 기존의 타이드 브랜드 제품들만 피해를 볼 것이다”라는 반대 의견이 내부에서 우세했다. 브랜드 총 매출액은 미미하게 증가하고 추가 제품 생산에 따른 비용만 늘어날 것이 뻔했다.
그렇지만 라플리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라플리는 이 결정 사안을 접하고는 기존 의사결정과정에서 빼 놓았던 고려사항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소비자의 설문 조사와 생산 비용, 그리고 제품의 가격만 생각했다. 그러나 라플리는 ‘물류 부분’과 ‘제품의 크기’ 등을 문제 해결을 위한 사항에 추가했다. 이전에 출시되었던 액체형 세제 제품과 크기만 달랐기 때문에 이를 문제 해결에 요소로 추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음으로 소비자 설문 조사에 기초한 제품 크기와 예측 판매량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새 제품이 추가되면서 늘어나는 관리 비용의 관계, 제품의 크기와 물류 비용의 관계 등을 적절히 분석했다. 소비자 설문 조사에 따른 제품의 판매량 예측은 부진했고,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물류 비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물류비용과 관련해 좀 더 수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설비 투자와 관리 비용 증가, 그리고 물류 비용의 감소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결국 그의 결론은 물류 비용의 감소가 나머지 부정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었다.
라플리는 “새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 부문에서 총 매출은 늘지 않는다고 해도 유통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농축형 세제는 출시됐다. 소매자(retailer)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재고 및 진열 공간과 운송하는데 필요한 트럭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품 생산에 소모되는 물류 비용까지도 줄일 수 있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플라스틱 용기와 세제 등을 보관하고 운반하는데 드는 비용이 절감됐기 때문이다. 라플리는 소비자에만 초점을 맞췄던 초기의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소매자와 물류까지 사고의 폭을 넓힘으로써 이러한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라플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단지 주어진 것에 대한 선택만 했더라면, 오늘 날의 성공은 있을 수 없었다. 선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We weren’t going to win if it were an ‘or’. Everybody can do ‘or’.)”
다음 호에서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밥 영(Bob Young) 레드 햇(Red Hat) CEO의 의사 결정 과정을 살펴본다.
황재훈 IGM 연구원 jhhwang@igm.or.kr
Posted by 퓨전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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