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잊고 맥 휘트먼 배워라”
[이코노믹리뷰 2006-01-24 11:33]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꼽은 5가지 잘못된 경영 상식

삼성그룹이 반도체산업에 진출한 지난 1983년 당시, 이 분야의 성공 여부는 극히 불투명했다. 일각에서 반도체 사업은 과녁이 화살보다 더욱 빨리 움직이는 분야라며 이병철 선대회장의 결단을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는 이제 한국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영자들의 적절한 의사 결정은 이처럼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하지만 올바른 의사판단을 어렵게 하는 변수들이 적지 않다. 세계적인 경영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신년호가 제시한 최고 경영자의 올바른 의사 결정을 가로막는 5가지 잘못된 통념들을 소개한다.

스톡옵션은 효율적이다?
스톡옵션 제도는 국내에 벤처바람이 불면서 유능한 인력을 채용하고 이들의 로열티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주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엔론 사태를 계기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기업 가운데도 이를 폐지하거나 변형 적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지난해 이 제도를 폐지한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작년 하반기 스톡옵션 폐지와 함께 장기성과 인센티브 도입방침을 밝힌 바 있다.

스톡옵션은 그 동안 일부 순기능에도 불구, 계층 간 위화감 조성은 물론 경영자로 하여금 구조조정과 단기실적 향상에 집착하게 한다는 시민사회 단체와 일부 학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스톡옵션은 단기실적을 높이는 데는 기여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인디애너 대학이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톡옵션이 성과를 높인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국내외 경영자 상당수가 이 제도가 근로자의 주인 의식을 고취시켜 높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지만, 정작 실증자료는 이를 반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선점 기업이 승리한다?
미국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Amazon)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 도서 판매업에 진출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3년 매체 광고를 중단하고, 이 돈을 무료 배송에 투입하며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바 있는 이 회사는, 그 동안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하지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는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시장에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진출한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오히려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는 것. 예컨대, 시장 선점 성공사례로 즐겨 인용되는 아마존도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책을 판매한 업체는 아니다.

하지만 잘못된 통념의 폐해는 만만치 않다. 경영자들이 시장 선점이 승리를 보증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는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나, 갓 입사한 사원들이나 모두 이러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직원을 업무 성적에 따라 분류하라?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코트라 사장 재직 시절, 공기업 혁신의 주인공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 장관은 당시 직원들을 세 등급으로 구분해 연봉이나 인센티브 등을 달리하면서 이들의 상호 경쟁과 더불어 조직 문화 쇄신을 꾀했다.

이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 등이 채택한 업무평가 시스템과 유사하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평가 시스템을 보자.

우선 임직원들의 개인적 역량을 평가해 가장 우수한 그룹(A플레이어)과 중간 그룹(B플레이어), 그리고 가장 능력이 처지는 그룹(C플레이어)으로 나눈다. 최우수그룹은 높은 보상을 받고, 70% 정도가 속하는 중간그룹은 업무능력 향상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상담을 받거나 조직에서 쫓아낸다.

직원들을 능력별로 줄을 세워 평가하는 시스템은 과연 효율적일까. 제너럴 일렉트릭은 이러한 평가시스템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꼽히며 각광받았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러한 평가 시스템은 임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천에 옮기지 못하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지식 경영의 이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전략 분석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라?
“그녀는 다스리지 않는 경영자며,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다.” 맥 휘트먼 이베이 회장에 대한 윌리엄 메이어 〈유에스뉴스 앤 월드리포트〉 기자의 평가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팩커드 회장이 낙마하면서 그녀의 물흐르는 듯한 경영 스타일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그녀는 성공비결 중 하나로 경영진이 전략분석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여러 아이템들을 꾸준히 실험해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일단 한 번 실행해 보고 반응을 살핀 뒤 문제를 시정하라.” 휘트먼의 조언이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6개월을 쓰는 것보다, 엿새 간 직접 시도하고 부딪쳐보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 좋아하는 경영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경영자에게 지식경영이란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일 뿐이다. 휘트먼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무모한 생각을 행동에 옮길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지적한다.

벤치마킹은 조직 건강 유지에 필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와 포드자동차. 미국의 자동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 업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두 기업은 올 들어 심각한 판매 부진으로 회사채 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급락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차량을 직원가로 판매하는 등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으나 한 번 떠나버린 고객들의 발길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

또 다른 공통점은 일본 도요타의 생산 공정을 들여와 현장에 적용해 온 대표적인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제너럴모터스는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들여와 한동안 상당한 재미를 보았으나, 이 회사의 생산성을 따라잡는 데는 실패했다. 더욱이 올 들어서는 심각한 위기를 겪으면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해야 했다.

생산성이 가장 높기로 유명한 도요타의 시스템을 도입한 제너럴모터스나 포드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난 장점은 도입했으나, 정작 중요한 암묵지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지적한다.

문화적 배경을 달리 하는 이 미국 기업은 도요타의 품질경영 철학이나, 이 회사 직원들의 끊임없는 공정개선 노력과 더불어 직원들의 애사심의 배경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도요타 시스템은 팀워크를 중시하고 자신의 이익보다 조직을 중시하는 아시아의 문화적 토양 속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Posted by 퓨전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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