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2006년 인사가 대체적으로 마무리 된 가운데 새로이 CEO 자리에 오른 인물들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샐러리맨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사장의 자리. 그들은 어떻게 사장의 자리에 올랐을까. <이코노믹 리뷰>는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내 30대 그룹의 신임사장 33명의 프로필을 분석해 봤다. 올해 주요 대기업의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33명의 성공 X파일을 펼쳐본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 걸쳐 30대 그룹 계열사에서 새로 사장 자리에 취임한 인물은 모두 33명이다. 기업별로는 LG그룹이 4명의 신임 사장을 배출해 가장 많았으며 SK그룹을 비롯해 롯데·한진·두산 등 11개 그룹이 신임 사장을 배출하지 않았다.
30대그룹에서 새로 사장 자리에 오른 33명의 출신학과에 따라 분석해 보면 역시 상경계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공계 출신이 1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새로 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의 90% 이상이 상경계나 이공계 출신인 셈이다. 상경계 출신이 기업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것은 익히 예상이 가능한 일이지만, 이공계 출신 CEO들이 상경계에 육박하는 숫자를 기록한 것은 최근 재계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이 첨단기술과 연구개발에 관심을 쏟게 되면서 이공계 출신 고위 경영진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공계 출신 사장의 수가 상경계 출신에 육박하게 된 것.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몇 년 안에 이공계 출신 CEO의 수가 상경계 출신 CEO의 숫자를 능가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올해 재계의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삼성그룹의 경우 임원승진자의 57.6%가 이공계 출신이었고, 현대차그룹(56.8%)· LG그룹(62.1%)·SK그룹(55.6%) 등 대부분의 주요 그룹에서 임원 승진자의 절반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었다.
이 같은 이공계 출신 CEO를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이영하 LG전자 DA사업부문 사장과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 사업부 사장(내정)이다.
충남고와 인하대 화공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에 LG전자에 입사한 이영하 사장은 입사 이후 줄곧 에어컨과 냉장고를 생산하는 부서에 몸 담으며 LG전자의 에어컨 사업부가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워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 사장이 줄곧 생산현장에서 기술개발과 신상품 개발에 매달려 온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라면 삼성전자의 박종우 사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영입 사례다. 연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전자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IBM에서 64M DRAM 개발에 매달리던 박 사장에게 삼성전자가 스카우트 제의를 한 것은 지난 1992년. 이후 박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반도체 개발에 매달리다가 2001년부터 프린터 사업을 총괄하는 디지털프린팅 사업부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프린터 사업을 유수한 외국계 업체를 제치고 국내시장에서 2위로 끌어올린 공이 인정돼 이번에 사장에 발탁됐다.
이공계 출신 CEO의 약진을 반영하듯 신임 사장들의 출신 직군을 살펴봐도 생산·기술개발 관련 부서 출신들이 13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생산·기술 관련 직군에 이어 신임 사장을 많이 배출한 직군은 영업·마케팅 부문으로 33명 중 10명이 영업·마케팅 출신이다.
사장 10명 중 3명은 공장장 출신
반면 그 동안 전통적으로 사장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알려진 재무통이나 기획통은 각각 3명과 4명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기업에서 생산현장의 경험이 중요한 것은 생산현장의 경험을 통해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장에서 생산직 사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리더십을 기를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한 대기업의 생산 담당 임원은 “생산 현장을 모르는 기획통이나 재무통이 사장 자리에 오르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만들어라 저렇게 만들어라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이것은 곧 현장직원의 사기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이처럼 ‘생산현장을 알아야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재계의 격언을 몸으로 실천한 인물이 바로 이번에 LG화학 사장으로 부임한 김반석 사장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화공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76년 진해화학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한국화인케미컬을 거쳐 1985년 LG화학 신규사업부장으로 처음 LG와 인연을 맺었다. LG화학 공채 출신의 입장에서 보면 김 사장은‘굴러온 돌’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러한 핸디캡을 현장경험으로 극복했다. 1990년 이사로 승진하자마자 김 사장은 여수 폴리에틸렌 공장 근무를 자청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다 지방 근무를 자처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후 1997년 폴리에틸렌 사업부를 총괄할 때까지 김 사장은 여수 폴리에틸렌 공장에서 7년을 근무하며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비서실 근무 경험자 유난히 많아
상경계와 이공계 출신이면서 생산현장에 밝은 CEO들이 대거 등장한 것과 별개로 눈에 띄는 특이한 점은 비서실 근무 경험자들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김광욱 한화개발 사장, 이정식 파워콤 사장, 한준수 코오롱유화 사장, 조영철 ㈜동부 사장, 최성래 동부한농화학 사장, 김진수 CJ㈜ 사장, 이해진 삼성 자원봉사단 사장, 지성하 삼성물산 사장, 서승화 한국타이어 사장, 이치삼 호텔아이파크 사장 등이 모두 그룹 회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비서실 근무 경험자들이 많은 것은 기업의 경영주가 주요한 의사 결정을 대부분 내리는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상 비서실 근무 경험이 경영주의 생각을 헤아리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천웅 스텝스 사장은 “비서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모든 사물과 현상을 회장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처럼 그룹 오너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몸에 배면 인사권자의 눈에 띄어 발탁될 확률도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화’이끌어 내는 리더십 갖춰야
그러나 상경계 혹은 이공계를 졸업하고 생산현장이나 영업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비서실 근무 경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이가 다 사장 자리에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을 사장으로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화’혹은 ‘단결’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었다.
<이코노믹 리뷰>가 33명의 신임 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을 사장으로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을 보내온 대다수의 신임 사장들은 ‘인화와 단결을 통해 조직원의 힘을 극대화 시키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CJ㈜ 김진수 사장은 “남의 입장에서 인화를 이루도록 노력한 것이 사장이 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또 LG생명과학 김인철 사장은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움을 주자’는 격언을 마음에 새긴 것이 지금의 나를 이끌었다”고 말한다.
이치삼 호텔아이파크 사장 역시 이에 대해 “리더십은 인간관계에서 나온다”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0대 그룹 신임 사장 프로필 이름기업나이출신 지역출신 학교주요 경력
강수현현대삼호중공업59경남 하동진주고-부산대 조선공학현대중공업 이사, 삼호중공업 부사장 강주안아시아나항공58성동고-외국어대 스페인어아시아나 미주지역본부장, 부사장 김광욱한화개발52경기 용인제물포고-서울대 국문학호텔신라 상무, 조선호텔 상무 김반석LG화학57강원 양양경기고-서울대 화공학LG화학 부사장, LG대산유화 사장 김영철동국제강58강원 홍천중앙고-연세대 기계공학동국제강 전무 김완재금호석유화학59광주고-한양대 화학공학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장 김인철LG생명과학55용산고-서울대 약학과-미국 일리노이대 이학박사LG생명과학 부사장 김종근코오롱글로텍56경남 마산마산고-연세대 경영학코오롱글로텍 부사장 김진수㈜ CJ55서울경복고-서울대 농경제학제일제당 부사장, CJ㈜ 부사장 김태환코오롱그룹 경영전략본부56서울중동고-서울대 경영학코오롱그룹 경영전략본부 부사장 권영수LG전자 재경부문49경기고-서울대 경영학LG전자 재경부문 부사장 나완배GS칼텍스56서울경기고-고려대 경영학GS칼텍스 정유영업본부장 박종우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 사업부53경남 밀양동아고-연세대 전자공학-미국 퍼듀대 전자재료 공학박사삼성전자 부사장 배영호㈜코오롱62부산경북고-서울대 섬유학코오롱유화 사장 서승화한국타이어 구주본부58경기 양주보성고-외국어대 정치외교학효성그룹 이사,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 신재철LG CNS59서울제물포고-서울대 전기공학한국IBM 사장 이영하LG전자 DA사업부문52충남 금산충남고-인하대 화공학LG전자 DA사업부 부사장 이정식파워콤48대구동북고-서울대 경제학-미국 플랭클린피어스대 법학석사통상산업부 사무관, LG그룹 구조본 상무 이수일동부제강61경기 장단경기고-서울대 금속공학현대자동차 이사, 한국전기초자 사장 이치삼호텔 아이파크52서울서울고-연세대 경영학현대역사 부사장, 호텔 아이파크 부사장 이해진삼성 자원봉사단57충남 청양중앙고-연세대 상학제일모직 의류본부장, 삼성 서울병원 행정부원장 염용운동양매직52서울경복고-서울대 경영학-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경영학 석사Booz. Allen & Hamilton 상무, 동양매직 부사장 전상일동양종합금융증권53경기고-서울대 무역학-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동양종합금융증권 부사장 조남홍기아자동차55청량고-인하대 금속공학현대다이모스 부사장,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장 조영철㈜동부60경남 진해경남고-연세대 경영학삼성화재 전무, CJ홈쇼핑 사장 전인백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58강원 강릉경기고-서울대 경영학하이닉스반도체 경영총괄 부사장 지성하삼성물산 상사부문53경북 의성대구상고-성균관대 경제학삼성구조본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전략기획실장 겸 CFO 진수형한화증권51충남 천안경성고-중앙대 경영학서울투신대표, 산은자산운용 대표 최경훈극동도시가스55서울서울공고-고려대 화학공학극동도시가스 전무 최성래동부한농화학62서울경복고-서울대 경제학삼성석유화학 사장 한준수코오롱유화56경북 구미서울고-한양대 화학공학코오롱유화 부사장 허진수GS칼텍스53서울중앙고-고려대 경영학GS칼텍스 여수생산본부장 홍성원현대홈쇼핑54경기 가평보성고-연세대 응용통계학현대백화점 부사장, 현대홈쇼핑 부사장 |
이형구 기자(lhg0544@ermedia.net)